생존 경쟁에서는 타인을 관찰하지만, 삶의 경쟁에서는 자신을 관찰한다.

이 블로그를 통해 저 스스로 저를 더 관찰하고자 합니다. 저의 '생각과 행동', 사진을 통한 일상의 기록 '오두막살이', 뜻을 이루는 과정의 기록 '기업가활동' 세가지 분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

관찰하고, 뜻을 찾아, 설명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의 흐름과 행동 양식을 기록하고, 그 모든 것이 시작되는 근원을 밝히고자 <생각과 행동>을 만들었습니다.

오두막살이

이 순간 숨쉴 수 있고, 하늘을 느낄 수 있으며 디딜 수 있는 땅과 두 다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제 일상의 기록을 <오두막살이>로 공유합니다.

기업가 활동

큰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이루기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정말 즐겁고 멋진 일입니다. 하나의 방향으로 정진해나가는 현실의 디테일을 <기업가 활동>에 기록합니다.

어느 인터뷰

깊이 고민하고, 긴 시간에 걸쳐 정성들여 답변했던 한 인터뷰 글을 소개합니다.

왜? 사는가?

강연, 프레지 제작, 외국어 학습법 등 현재의 사업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는 글 모음입니다.

강연 영상

토크 콘서트 화통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했던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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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강연 의뢰가 들어왔다. 받을까 말까.

2016.08.16 21:02 생각과 행동




프레젠테이션 강연 의뢰가 들어왔다. 수락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거의 매일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또는 코칭을 하면서도 정작 프레젠테이션 '방법론'에 대한 강연은 해본 적이 없다. 10번에 걸쳐서 비결을 알려달라는데. 해본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돈을 받고 하는 일인데 잘하지 못한다면 아니함만 못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속에서 어떤 야성의 소리가 으르렁으르렁대는데.. 으르르르렁...나는 할 수 있다... 으르러러렁...나는 최고다... 으르릉....그렇게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하는데, 프레젠테이션 방법론을 못 가르친다는 게 말이되냐...부끄럽지도 않냐...으르르러렁....너 솔직히 살면서 너보다 프레젠테이션 잘한다고 느낀 사람이 10명도 안되잖아...으르렁...마음 속에 그런 잘난 척이 있으면서 정작 남에게 가르쳐 줄 용기도 없다는거야 뭐야..으르러러렁..킁....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에도시대 검객이 있다. 그는 최고였다. 하지만 후대에 와서 그를 기억할만한 사실은 별로 없다. 왜냐. 그는 독고다이 검문법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이렇다 할 비서(秘書)도 남기지 못했고, 당연히 체계적으로 후학을 양성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그의 이야기는 전설로만 구전될 뿐이다. 혼자서 요시오카 일문 70명을 베었다더라..아니 80명이라던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보다는 좀 적지 않았을까.. 미야모토 무사시. 찬란했던 실력으로 인해 수백년 이야기 속에는 실재하지만, 고독했던 성향 탓에 후세 검객들의 유전자에는 실존하지 않는다. 반면 동시대 검객에는 이토 잇토사이, 야규 세큐슈사이 등 뛰어난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사후에도 여러 후학과 종파를 통해 남게 되었고, 그들의 비기(秘技)는 현재까지도 일본 각지의 검도장에 실존한다. 나는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살아왔다. 추구함에 정신을 쏟아붓고, 멈춰남김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오늘 갑자기 프레젠테이션 강연 의뢰를 받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것인가.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가. 괜찮은 것 같은데. 지금처럼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깨달음을 몸에 담아, 새로운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에 도전하는 삶.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하다. 그러니 괜찮지 않나. 이대로도. 그래. 무사시처럼 살아도 삶은 행복하다. 눈에 보이는 뭔가를 남기지 않는다고 불행한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행위에 충만한 감정을 느낀다면, 예술이라 느낀다면, 이 순간은 그 자체로 영원하다. 누구도 모를 나만의 즐거움. 굳이 변할 필요가 있을까. 이대로도 괜찮아. 이대로도 괜찮아. 이대로도 괜찮아..라며 의식이 메아리를 쳐대지만, 동시에 프레젠테이션 강연 의뢰를 받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원칙으로의 회귀. 클래식한 생각.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함께 잘 살아보자고 하는 일 아니던가. 나와 같은 형태의 규율, 유사한 수준의 태도, 지내왔던 과정을 공유하는 누군가를 키워낸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그들이 또 거기서 발전해 나와 다른 형태로 진화해나간다면 - 예컨데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사업가 뿐만 아니라 가정 주부, 장애인, 편의점 알바생, 어린이, 예술가, 사회 활동가 등이 등장할 수 있게 된다면, 무언가 좀 더 소름끼치지 않나!






몇달 전 처제가 사준 일본 라면을 먹고 너무 맛있어서 라면 매뉴얼을 찬찬히 읽어 봤다. 


1983년 하카타 잇푸도 1호점 개설. 이후 우리는 일관성있게 '맛'을 깊이 연구해 고객이 만족하는 가게를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변하지 않는 맛. 그를 위해서는 늘 맛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됩니다. 기본기는 변하지 않되, 고객의 미각에 있어서는 맛있다고 느껴질만한 맛을 늘 한발 앞서 내놓는 것이야말로, '맛있다'고 불리우는 비결이 아닐까요. 변하지 않기 위해, 계속 변한다. 이것은 잇푸도의 신념입니다.




'변하지 않기 위해, 계속 변한다.(変わらないために、変わり続ける)'




!




그래, 


내 본질 안에서

내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딛고

계속 변해가자. 


그것이야말로 진정 변하지 않는 자세일진저!





#10회에_걸친_프레젠테이션_강연_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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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에 다시 가고 싶다. 아이들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

2016.08.11 21:09 생각과 행동




2016.08.10. 한길정보통신학교 앞에서




한길정보통신학교. 분명 강의하러 간 곳은 학교였는데, 넓은 주위를 둘러 2중으로 철조망이 쳐져있더라. 학교라서 학생들 만날 생각만하고 왔는데, 당도한 곳에서 높고 날카로우며 분단의 상징같은 철조망을 먼저 만나니 간담이 어스라해지고. 바로 몇 분전까지 오름 너머 오름이 병풍처럼 연출하는 제주 중산간 도로의 장관에 연신 감탄하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다른 세상에 다다른 것 같은 뜻밖의 충격에 주위를 빙빙 둘러 운전하며 한참 사색에 잠겼다. 


학교 본관. 출입시 법무부 직원이 지문을 찍어 철창을 열어줘야 드나들 수 있었다. 복도 좌우로 천주교, 기독교, 불교 세 종교가 어떤 표어도 없이 교명만을 간판으로 걸어놓고 나란히 같은 양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셋 모두 불을 끄고, 침묵하며 - 현실 세상에선 보기 어려운 풍경인데. 조금 걸어가자 왼쪽으로 이발소가 나왔다. 이제 막 빡빡 민 민둥머리에 흩붙은 머리카락을 툴툴 털어내는 거체의 근육이 양팔 문신과 함께 우락꿈틀부락하더라. 아. 뭔가 다르다. 


철창 안 복도의 또 다른 철창과 복도. 불안과 두려움의 앞으로 나란히. 여기에 정말 18세 전후의 아이들이 살고 있단 말인가. 철창 너머에서 짙은 땀내음이 섬지역 특유의 밀도 높은 습기와 너울섞여 스며나왔다. 왠만한 상대라면 무엇이라도 그 무게로 짓눌러버릴 것 같던 습한 공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폐쇄된 동굴을 울리듯 쩌렁쩌렁 목소리가 관통해나왔다. 거칠고 앙칼진 듯하지만 결코 세월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젊은 그대들의 목소리. 하루가 지난 지금도 선명하누나. 제주 소년원 아이들 목소리.


나는 어린시절 늘 소년원에 감직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상이었다. 싸움을 하면 대부분 졌고, 따라서 울면 늘, 거의, 먼저 울었다. 깡다구가 없고 심약해 짝지가 학기 시작할 때 그어 놓았던 긴 나무 책상의 중간선을 좁혀와도 저항하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 양아치가 자기 숙제를 대신 하라고 강제하면 분하고 억울해하면서도 그 숙제를 해주었고, 복도를 걷다가 양아치가 내 팔을 창문틀에 끼워놓고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해도 따로 저항은 하지 않고 그저 수업시간 종이 울려 그 고통이 끝나기를 바랬을 뿐이다. 같이 학교를 다니는 두살터울 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일렀다가 걔네들 형한테 우리 형이 맞을까봐 혼자 속만 썩었다. 글로 적다보니 여러가지 이벤트가 생동감있게 마음을 살아때리어 차마 더 적어나갈 수가 없다. 나는 소년원에 감직한 아이들의 피해자였다.


영재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면 살아온 길이 엇비슷해서 그런지 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상승조합의 마무리를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낯설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정반합. 우리는 어떤 합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떤 합의와 그 너머의 감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을 연단에 서 마이크를 잡는 순간까지 품었던 것 같다. 이후의 발언은 거의 무의식에 가까웠는데, 그 모든 내용을 이곳에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다. 그것은 내 육성을 통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문이 아닌 시로 쓰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시를 적을 자질이 없다. 그래서 아직은 육성 뒤에 숨고 싶다.


다만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 하나 자지 않고, 경청해주고, 여러 번 크게 웃어주었으며, 기립 박수 수준의 박수를 쳐준 아이들을 보며 어린시절 나 살던 모습이 울컥 떠오르더라. 그 좁디좁은 하늘이 전부인 줄 알았던 너와 나의 좁디좁은 어린 시절.


왜 좀 더 일찍 화해하지 못했을까. 다시 돌아간다면 화해할 수 있을까. 소년원에 다시 가고 싶다. 아이들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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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정리 : 인생의 점, 선, 면에 대하여

2016.06.07 14:33 생각과 행동





어느 날 페이스북 담벼락에 흐르는 지인의 글 중 캡처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전적 에세이로 출간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한 페이지였는데,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되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지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 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 소설가란 예술가란 예술가이기 이전에 자유인이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인의 정의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온몸에 전기가 흘렀다. 하루키의 마지막 정의에 따르면 난 분명 자유인이긴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해오며 살았으니. 하지만 나의 자유는 하루키의 자유와 질감이 다르다. 무엇이 다른 걸까. 자유와 방종의 차이가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내 의식이 A, B, C 중 무엇을 취사 선호하는지를 안다는 것과도 같다. A, B, C 중 무엇은 좋고, 무엇은 그저 그렇고, 무엇은 싫다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면, 나에겐 그 말을 뒷받침할만한 축적된 경험 또는 이성적 잣대가 서 있다는 말 일터.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의 의식, 경험'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 판단은 철저히 나라는 사람의 관점을 필터로 삼기 때문에 나를 일인칭으로 치환한 '점'의 함수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때를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때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함수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적으로 관계의 함수와 더 깊이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방귀를 뀌고 싶은 사람 중 뀌고 싶은 시간 때를 고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꼭 방귀는 아침에만 뀌어야겠어!라고 선언하는 사람 따위 없지 않겠는가. 방귀를 뀔지 말지 고민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타인이 곁에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다. 학교와 직장에서 12시 땡하면 점심 식사를 하는 건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때라서 선택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회적 관계 안에서 그때 다같이 먹는 게 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다. 만약 자유롭게 때를 선택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배고플 때 먹으면 될 터. 나아가 이 관계는 사회적 관계 뿐만 아니라 자연물과의 관계까지를 포괄해야 할 것이다. 솨아아 빗소리 울려 퍼지는 밤에 뭔가 시작하고 싶을 수도 있고,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며 새로운 결의를 다지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은가. 새벽 이슬 내음을 맡으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 모습에서도 자연과의 관계를 더듬어 찾아볼 수 있다.


좋아하는 때를 안다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이것은 나와 너의 함수, 즉 '선'의 함수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을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방식이라는 것은 행동이다. 행동은 반드시 변화를 일으킨다. 걸음을 떼면 위치가 변하고, 눈을 돌리면 관점이 변한다. 변한다는 것은 새로운 자극이 다른 자극을 밀어낸다는 의미로, '마찰'을 의미한다. 점과 선은 움직여도 마찰을 일으키지 못한다. 마찰과 변화는 오로지 점과 선이 뭉쳐 면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마찰이 있는 곳엔 반드시 변화가 있고, 변화가 있기 위해선 반드시 마찰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좋아하는 방식을 안다는 건 온갖 마찰(게으름, 주위의 반대, 환경적 여건 등)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참고 즐거이 추진할 수 있는 나의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좋아하는 방식을 안다는 건 '마찰, 도전'과 상관관계가 있다 하겠다. 이것은 그 근본이 마찰이므로 '면'의 함수에 해당한다. 


정리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한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의 점(자아), 선(관계), 면(마찰/도전)을 깨닫고 있다는 것과도 같다. 즉, '자유롭다'는 것은 의식과 경험이 축적된 한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른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도전적 행동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을 쉽게 하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때에 좋을 대로 한다'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의식과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갓난아기에게 어른들에게 말하는 의미로 '자유롭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방종스럽다는 것은 무엇인가. 방종에는 의식과 경험이라는 필터가 없다. 그냥이라는 관성이 있을 뿐이다. 방종에는 남과의 관계가 없다. 꼴리는대로의 마성이 있을 뿐이다. 방종에는 도전이 없다. 될 대로 되라지 자포 상태만이 있을 뿐이다. 


아..그런데 하루키의 글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이 살아온 지난 내 세월이 시나브로 관성에 젖어, 아집에 파묻혀, 더 이상의 새로움 없이 흘러만 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에게 미안하다. 자유로운 상태를 아무 생각 없이 방치했을 땐 방종이 되기 쉽다. 너무나 쉽게 부패하고 썩는 것이다. 그러나 방종의 상태를 자유의 자리로 되돌려 놓으려면 계속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화분에 햇살을 주듯이. 물을 주듯이. 나는 누구인가. 나와 너는 어떤 관계인가. 나와 너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내 인생의 점, 선, 면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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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동안 일상의 기록을 남기다

2016.06.06 16:07 오두막살이

아내와 독서 캠핑을 떠났던 어느 날







자축할 일이다. 매일 일상 기록. 천일을 썼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늘은 그 천 번째 노트에 마침표를 찍은 날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 나 스스로 '그냥' 하고 싶어서 지속해온 일. 그냥 하다 보니 하지 않으면 뭔가 중요한 게 빠진 듯하여 하지아니할 수 없게 된 일. 그렇게 습관이 된 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행을 떠나나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나. 피곤하나 기분이 업업 붕뜨나. 그 어떤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천일동안 한 가지 반복을 지켜왔다. 반복이 반복되어 반복에 무덤해지며 별다른 신경을 쓰고 있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노트 개수가 999를 나타내고 있어 문득 어라?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노트 개수가 1,000이 되는 걸 보곤.. 내심 뿌듯하다. 자축할 일이다. 지난 천일동안 매일 무엇을 기록해왔던가.


일상에 대한 기록. 독서를 했는지 했다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내용은 뭐였는지. 외국어 공부는 했는지 했다면 어떤 언어를 무슨 내용으로 공부했는지. 요리를 했는지 또는 배웠는지. 운동은 했는지 했다면 무얼 얼마만큼 했는지. 그날그날 작은 도전과제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도전은 무엇이었고 무엇을 배웠는지. 몇 시에 기상했는지. 아침, 점심, 저녁은 각기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먹고 무슨 대화를 했는지 감상은 어떠했는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2015년 1월 전기, 가스 요금이 얼마였는지(주로 영수증 사진을 찍어둠). 어느 날 찾아온 보험컨설턴트가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떤 상품을 소개했는지(주로 녹음해둠). 커피는 어느 회사 제품으로 몇 mL 정도를 마셨는지..



..이런 사소한 내용을 지난 천일동안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래서 지난 천일을 돌아보면 내가 몇월 며칠 몇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꽤나 선명하게 기억해낼 수가 있다. 사진과 글을 대비하자면 사진은 순간을 미분하고 글은 그것를 적분한다고나 할까. 기록을 통하면 과거의 기억들을 소상하게 음미할 수 있다. 느리고 선명하게 다가오는 기억들. 내가 그렇게 살고 있었구나. 내가 그렇게 '존재'했었구나. 기록이 소환하는 기억은 의외로 농도가 진하다. 


일상 외에 천일동안 꾸준히 기록한 것은 미래에 대한 것들이었다. 꿈을 꾸었는지 꾸었다면 어떤 꿈이었는지. 인생의 선언문 같은 게 떠올랐는지 떠올랐다면 그게 무엇이었는지. 장차 해보고 싶은 일 또는 직업이 있는지 있다면 그게 무엇이고 그 일을 위해 오늘 당장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나의 기록에서 중요한 점은 일상이 우선이고, 꿈과 목표는 차선이라는 점이다.


내가 원하는 일상이란 이런거다. 아침 햇살을 마음껏 음미하다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정갈하게 차린 식사를 마치고 또 설거지를 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집안 청소를 하고 잠시 산책을 떠날 줄 알며,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한숨 돌리다, 독서와 외국어 공부를 통해 천천히 조금씩 단단하게 성장하는 자신을 음미하고, 그러다 조금 지루할 땐 과감히 밖으로 나가 맨손체조, 줄넘기, 축구,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하고, 원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등.


일상에 파묻혀있다가 가끔 고개를 들면 드는 생각이 있다. 아, 내가 이 맛있는 밥을 지금처럼 음미하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아, 이렇게 아내가 설거지할 때 나에게 청소기를 돌릴 여유 같은 게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아, 이렇게 데굴데굴 여유 부리다 아이스크림 산책을 떠날 시간이 없다면 얼마나 아쉬울까! .. 같은 생각들. 지금은 반대로 그 모든 걸 가지고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 건강함에 감사하고, 시간이 넉넉함에 감사하며, 마음이 여유로움에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참 운이 좋다고도 하루에 몇 번씩이고 생각한다. 사실 이제는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게 없을 정도이며, 단지 이 일상이 유지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도 무한도전에 출연해 일상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살고 있던 아파트 1층의 어린이집, 맡겼던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간 날,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우르르르 나오던 종일반 아이들.. 그때 제가 대사로 썼던 게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는 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어' 지금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특별하게 크루즈 여행을 못 가거나 여행을 못 가서가 아니라 일상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고민..









그래. 일상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이 지속적으로 재미있으려면 조금씩 변화가 필요할 터. 그래서 언젠가 꼭 내 일상의 조각에 끼워 넣고 싶은 직업이나 되고 싶은 모습 같은 걸 생각해본다. 역사박물관의 일류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기도 하고, 소설가가 되고 싶기도 하다. 노래는 잘 부르는 것 같은데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게 없어 잘 놀고 싶은 날 잘 놀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꼭 악기를 배워 싱어송 라이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맛있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요리사도 되고 싶다. 


이런 변화를 상상하며 그에 따른 할 일을 일상에 정렬해두고 조금씩 천천히 단단하게 하나씩 실천하며 사는 건 무척 설레이는 일이다. 느린 연유로 다른 누가 눈치채지는 못하는데, 적어도 나만은 변화를 분명하게 알고 있으니 그 즐거움이 참 소소하며 담백하다. 자존감이 춤을 춘다면 그 느낌이 이러할까.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저는 제 일상이 너무 좋아요. 평생 이대로만 지켜내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나만 행복하면 안 되잖아요. 나만 좋고 함께 즐기는 사람이 없는 것, 그건 자위행위나 마찬가지죠. 함께 행복해야 돼요. 그래야 사랑이죠.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 모두가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그걸 발견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제 소망입니다.


이런 기록들을 천일동안 꾸준히 작성해 온 나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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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자연휴양림 캠핑

2016.04.17 10:48 오두막살이

2016. 04. 15. 


집에서 뒹굴거리다 자연을 만나고 싶어 급히 떠난 캠핑






도착과 함께 일몰이 시작되고..






아내와 전등 켜고 앉아 월남쌈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달빛 보며 멍 때리다..








달빛 쏟아지는 캠핑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앉아

좋은 책을 읽는 기분


새소리 선명하고

바람소리 선연하며


새바람 소리 실어나르는 

공기 맞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앉아

좋은 책을 읽는 기분








아내는 조정래 작가님의 <한강>

난 마스다 무네아키씨의 <지적 자본론>










용인 자연휴양림

예약 필수 031-336-0044

https://www.yonginfores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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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사회 정말 잘보는 팁

2015.10.05 14:32 생각과 행동

2013.05.25. 꼬꼬와 도도의 결혼식날









하비 형님 결혼식 사회를 보러 가던 날, 축의금 전달을 부탁하던 성경 형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영일아~~ 사회잘보구~~ㅋ 결혼식 사회를 자주 본다는건 그만큼 널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많다는거니까.. 행복한거다.^^"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된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자주 경험하다보니 '어떻게'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칙이 몇가지 생겼다. 이 글에서는 그 원칙을 공유한다.





01.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

개식 전 안내방송을 마친 후 본격적인 개식 선언에 들어간다. 이때
'자, 그러면 지금부터 신랑 아무개군과 신부 아무개양의 예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된 신랑의 친구 안영일입니다.' 정도의 멘트만 날리면 일단 무난무탈할 수 있다. 하지만 무난무탈한만큼 재미도, 감동도, 특색도 없다. 그것이 굳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로인해 예식의 시작은 모든 부부를 위한 모든 행사가 되어버린다. 무색무취한 서막이 오른다.

조금만 노력하면 여기에 색을 입을 수 있다. 세상 누구도 아닌, 당신만이 입힐 수 있는 색. 당신과 신랑 / 신부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만 가능한 이야기. 
사회자 본인이 '왜? 오늘 사회를 맡게 되었는지 소감'을 담백하게 밝혀보면 어떨까.

사례 1.
"자, 그럼 지금부터  신랑 ㅎㅎㅂ군과 신부 ㅇㅈㅅ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된 안영일이라고 합니다.(인사) 오늘 예식으로 신랑이 될 ㅎㅂ 형님은 2012년 충무로의 한 옥상파티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파티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다소 어색했던 저였지만 훈범 형님이 연신 맥주를 따라주며, '이거 오늘 우리가 다 마시자'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신랑 훈범 형님은 늘 저에게 베풀기만 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강연을 간다고 하면 브로치를 챙겨주고, 제 생일일 때는 와인을 챙겨주고, 제가 외롭고 고독할 때는 소주를 챙겨 주었습니다.

그렇게 함께하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어느덧 이렇게 의젓한 모습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형님을 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례 2. 
"지금부터  신랑 ㅈㅇㅈ군과 신부 ㅇㅈㅎ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된 안영일이라고 합니다. 오늘 신랑이 될 ㅈㅇㅈ군과는 학교 선후배 사이고, 2007년에는 룸메이트로써 함께 방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저희가 다니던 포스텍에서는 룸메이트를 방돌이라고 부르는데요. 여성들은 방순이구요^^ 방돌이라는 정감 넘치는 단어 때문인지 항상 서로에게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넘칩니다.

학창시절 저는 용준이에게서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끈기와 열정. 그리고 섬세함. 끈기로 말할 것 같으면 1년 내내 알바로 돈 모아서 카메라 사고, 커피 사고 ㅋㅋㅋ 그래서 저는 용준이를 커피보이라고 불렀었습니다^^ 커피보이~~~

둘이 방에 누워서 엔니뇨 모리코네와 요요마의 음악을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의젓한 모습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ㅇㅈ이를 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02. 정성껏 상황을 묘사하자

개식선언을 마치면 일반적으로 양가 어머님 화촉점화 순서가 이어진다. 이 순서는 보통 '양가 어머님, 입장!' 구호와 함께 시작되고 배경음악과 함께 진행되며 양가 어머님이 착석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평균 80초가 소요된다. 

늘 조금 지루하면서도 꼭 필요한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던 생각이 있다. '어머님들이 참 곱구나..그래서 저런 멋진 아들 딸을 낳아 기르셨구나..저 수줍어하시는 모습...마치 소녀같기도하고..아, 그러고보니 처녀시절 모습이 보이는 듯하기도하고..'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양가 어머님이 화촉점화를 위해 입장하실 때 나레이션을 넣기 시작했다. 조용히, 속삭이듯이.

"네...수줍은 듯 두 손을 꼬옥 붙잡은 양가 어머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여러분 계속 박수 부탁드립니다. 총총걸음 한걸음씩 연단으로 다가오시는 두분의 모습에서 지난 시간 자랑스러운 아이들을 길러주신 세월이.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젊은 시절의 꿈이 피어오르는 듯합니다."

"화촉에 점화를 하시는 두 손. 지금 저 작은 촛불로 예식이 시작되지만 어머님들의 마음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축복으로 예식의 주인공이 될 두 사람의 미래가 이 세상에서 더욱 밝고 큰 불빛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박수 부탁합니다."

동일한 수준의 묘사가 필요한 또 다른 식순이 있다. 바로 신랑신부가 양가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순서다. 당신이 사회자가 된다면 꼭 자세히 관찰해보길 바란다. 신부 아버님들은 대부분 약속이라도 한듯이 눈가가 젖어있다!! 그때를 놓치지말고, 위로의 한마디. 축복의 한마디. 용기의 말을 건내자. 그 감정을 마이크를 통해 전하자. 몇몇 청중이 울기 시작할 것이다. 


03. 중요한 식순에 감초
를 더하자

오늘의 신랑신부는 그냥 신랑신부가 아니다. 당신이 아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연애할 때 그들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던가.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어떤 사람이었나. 예식 전 이 이야기를 파악해둔다면 신랑신부 입장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들어 신부입장시 다음과 같은 멘트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자, 이제는 오늘의 주인공. 진짜 주인공 신부가 입장할 차례입니다.

음. 흠흠. 

그녀는 작년 이맘 때쯤 평생을 함께할 그, ㅈㅇㅈ군을 만났습니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인 그녀.
그리고 동시에 등단한 시인이며 벌써 세번째 에세이를 출간하기 엄친딸 그녀!
지난 반년동안 수원 연구소로 출퇴근하던 남자친구가 혹여나 아침을 거를까 매주 비타민과 간식을 챙겨주고, 옷 살 시간이 없을 그를 배려해 계절에 맞는 옷들을 몰래 사놓기도하는 내조의 여왕 그녀!!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상상하지도 못한 사랑을 주는 오빠. 오빠를 만나고 슬픈 노래도 아름답게 들려. 왜냐하면 그 어떤 슬픔이 있어도 같이 나눌 사람이 생긴 것 같아서...'라는 편지로 ㅇㅈ군의 심장을 저격한 그녀!!!!!

그녀가..(감개무량하게) 그녀가!!! 입장합니다. 

하객 여러분!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신부입장(힘차게)"


04. 퇴장 행진 순간까지 멘트를 잊지말자

늘 예식을 진행하면서 느낀거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하객들이 마지막까지 예식을 지켜보고 있다. 그 자리에 끝까지 앉아있는 하객들이라면 응당 그러할 것이다. 식사나 다른 일정이 바쁜 분들은 이미 그 자리에 없다. 그 분들에게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여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리자. 

예를들어 신랑신부 퇴장 행진 전 다음과 같은 멘트를 드린 적이 있다. 많은 하객들이 예식 후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더라. 

사례1. 
"신랑 신부가 100일이 되었을 때, 신부가 신랑에게 100일동안 신랑을 만나며 있었던 일들을 책으로 엮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시를 읽으며 오늘의 예식을 마치겠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야, / 가장 쉬운 위로의 방식으로 / 아름다운 차이를 주자
아파도 기념일이 되자 / 깊은 너보다 많은 우리가 되기 위해 / 마치 처음처럼
한번도 조율된 적 없지만 / 오늘도 피아노를 조율하자

깊은 기념보다는 많은 기념을 위해
깊은 기념보다는 많은 기념을 위해

처음 부부로 연이 맺어진 오늘 많은 축하를 받는 두 사람,
앞으로 펼쳐질 깊은 기념의 나날을 위해 새로운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행진을 하겠습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힘찬 박수로 새로운 출발을 축복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랑, 신부 행진(힘차게)"


사례 2.
"고대 산스크리트 시인이 말했습니다. 

세상을 정복하더라도 / 나를 위한 도시는 오직 하나뿐
그 도시에 나를 위한 한 채의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집안에 나를 위한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에 침대가 있고, 
그곳에 한 여인이 잠들어 있다. 

내가 있을 곳은 오직 그곳 뿐.
내가 있을 곳은 오직 그곳 뿐..

처음 부부로 연이 맺어진 오늘 많은 축하를 받는 두 사람,
이제 두 사람이 있을 곳은 그곳 뿐입니다. 

단 하나의 그곳에서 시작되는 그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하객 여러분께서는 힘찬 박수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랑, 신부 행진(힘차게)"









그 외 주의 사항
01. 어설픈 이벤트하지마라. 예식을 노동으로 전락시켜버린다.
02. 늘 주위를 살펴라. 특히 신부 드레스 정리가 안 끝났는데 이동 명령을 내리면 안된다.
03. 하얀 장갑을 끼고 있어라. 박수를 유도하고 제스처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04. 큰 글씨의 식순을 출력해가고, 펜을 준비해서 진행 상황을 체크하라.
05. 늦어도 식전 30분까지는 도착하자. 본인과 신랑이 알고 있는 식순과 예식장이 알고 있는 식순이 동일한지 체크해야 한다.

노파심에 경고
이 글을 읽고 자신감에 충만해진 사회자여. 예식의 주인공은 당신이 아니다. 과도한 물량의 발언은 삼가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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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19 17:3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Doer Ahn 2015.11.13 08:26 신고

      답변 1. 답변. 사람이 모일만한 자리를 만들거나, 사람이 모인 자리에 찾아갑니다. 예를들면, 현재 저희집은 1층을 외국인들에게 개방해놓은 상태로 매주 생전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이 저희 집을 다녀갑니다. 깊이 대화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실제로는 아주 유쾌하게 놀고 있죠^^ 또는 홍대에 쫄깃쎈타라는 문화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은 누구나 들어와서 아무렇게나 즐기는 살롱과 같은 공간으로 저는 거의 매일 그곳에 방문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허울없이 교류하고 있습니다. 쫄깃쎈타 한 번 놀러오세요! 우연히 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답변 2.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면, 앞서 답변 드린 것처럼. 새로운 장소로 가야합니다. 아니면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야죠. 아카데미 횟수가 적은데, 아카데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만남을 자꾸 주선해야죠. 또는 그런 상황이 그곳에서 여의치 않으면 다른 모임을 한두개 더 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답변 3. 음. 지금 그 정도 공부하셨으면 됐습니다. 그냥 호주로 몸을 던지세요. 자연히 늘겁니다. 덧하여, 제가 공부했던 방법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저는 즐겨볼만한 드라마, 애니, 영화를 켜놓고 배우들의 연기를 통째로(말 뿐만 아니라 제스처, 표정가지) 모방하는 느낌으로 암기해버렸습니다. 실제 내가 저 영화 속 배우처럼 연기를 한다면 어떨까? 단 5분이라도. 그래, 그 5분을 완벽하게 모방해보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답변이 늦어져 대단히 죄송합니다!!

고독의 난로, 심야식당

2015.10.03 21:18 생각과 행동




하루가 저물고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를 무렵,
심야식당의 하루는 시작된다.

한낮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일상
반면 일상으로 가득 채우려해도 결코 채워지지 않던 고독

고독의 틈새를 덧칠해 줄 작은 우연을 찾아 옮긴 발걸음 
어두운 골목 한켠 옅은노랑 불빛이 베어나오는 미닫이 문

드드륵 열고 들어가자,
이랏샤이(いらっしゃい, 어서 오세요)

무엇이든 주문하세요.
가능한거라면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그곳

일상의 잿빛으로 탈색된 고독한 영혼들이 
다시금 유채색으로 채색되는 공간

고독의 난로, 심야식당

나도 그곳에 숨어들고 싶다.



p.s. 심야식당 시즌 1,2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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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夜食堂, 심야식당, 일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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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고 있었기에

2015.08.06 16:30 생각과 행동


2015.04.22. 제주도 우도에서










2008년 1월 대기업 입사 후 첫달 통장에 찍힌 돈을 보니 213만 4,870원이었다.
지금까지 다녔다면 7년 7개월, 모두 다하면 약 1억 9천만원.
연봉상승과 성과급을 모두 고려해도 3억 아래일터.






2008년 당시

서울에 살기 위한 원룸 대출 3,000만원
매달 원리금 100만원 상환, 은행 이자 약 10만원, 월세 20만원
-> 주거 비용만 130만원/월

아무리 회사에서 어느정도 지원해준다지만

식비, 교통비, 통신비, 수도/전기/가스비 등 약 30만원/월
주말에 놀러 다니고, 커피 마시고, 퇴근 후 음주라도 하면 약 30만원/월
보험 및 기타 잡비 약 10만원/월

숨쉬고 살기 + 좀 사람처럼 지내기 비용만 200만원

월급에서 10만원 남았다.
...남으면 뭐하나.

첫달엔 좋은 회사 들어간다고 정장 두어벌, 구두, 가방 약 100만원
월급 타기 전이니 부모님 손 빌렸었지. 여름되면 또 사야되고.






그렇게 모으고 모아 30개월 후 3,000만원 원룸 대출 다 갚으면(그간 연봉도 매년 10% 전후로 인상했겠지) 30살 3,000만원 자산가가 되는거였던가.
그리고 33살에 6,000만원 자산가가 되고, 36살에 드디어 1억 자산가가 되는거였던가.
(우리나라 상황에서 여성들은 이런 간단한 설계조차 어렵다. 출산, 육아를 중심으로 한 경력단절 이슈)








아니다. 우리는 보통 그 시점에 다시 대출을 해야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다보면 더 큰 집이 필요하고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한데, 그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는 연봉의 상승폭보다 훨씬 크다. 36살에 1억 자산이 아닌 2억, 3억 자산가가 되긴하지만 그중 자기자본은 쥐꼬리만하고 70% 이상이 은행 빚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살 집을 구하되, 그 집은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이요.

그 빚을 다 갚으려면 40대 중후반, 아니 50대 초반까지 불철주야 주말없이 고생을 해야하는데 이후엔 회사가 내 책상을 자꾸 치우니, 결국 절박한 심정으로 치킨집 사장의 길로 수렴할 수 밖에 없다. 치킨집 사장이 조금 늦게 되는 임원은 신입사원 100명 중 1명이나 될까.

은행 집이 아니라면 그 집은 부모 잘 만난 덕에 공짜로 얻은 집인데,

보통의 부모들이 당신의 '빚'없이 자식에게 그렇게 베풀어줄 수 있는가. 아니다. 부모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흔 중반을 넘겨서야 온전히 내것이 된 아파트 한채를 담보로 대출 받아 자식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퇴직금으로 그 빚을 막을 비전을 설계하며, 때가 찾아오면 발등에 불 떨어진 심경으로 치킨집 사장의 길로 수렴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 전망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스트레스를 우리의 몸이 견뎌내고, 건강을 유지해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연봉이 더 높았다면 이 상황이 달라졌을까. 아예 높다면 모르겠지만 400만원 이하 월급이라면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수입이 늘면 지출도 커지는 법. 8평 원룸에 살 것을 16평 투룸에 살고, 이발소 갈 것을 미용실로 가며, 동남아로 여름 휴가 갈 것을 유럽으로 가고, 국산차 살 것을 외제차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결국 아름다운 시절은 회사에 몸을 의탁하고 있을 때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되고, 회사를 나갈 때가 되면 대학 졸업 후 취직도 못하고 있는 아들딸의 뒷모습을 힘없이 바라보다가 결국 치킨집 사장의 길로 수렴하게 된다.







이렇게.
문득 2008년 1월의 월급 통장을 들여다보며 소름이 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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